제목 : 한·페루 FTA 100일, 달라진 것들
매체 : 매일경제
게시일자 : 201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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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8일은 한ㆍ페루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00일째를 맞는 날이었다. 페루는 국민소득 기준으로 볼 때 우리의 4분의 1 수준인 신흥경제국이지만 우리의 13배가 넘는 영토를 가진 중남미 에너지자원 부국이다.
페루는 아마존 밀림지역의 풍부한 에너지광물자원, 잉카문명의 후예로서의 높은 문화적 자긍심에도 불구하고 20세기 후반 역내에서도 가장 뒤처진 저소득 국가로 전락한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1960~1970년대 비동맹운동의 중심국가로서 대외개방적 수출산업 육성이 아닌 종속이론 등에 몰입된 국수주의적인 수입대체산업 육성 정책 때문이었다.
그 결과 페루는 국내 제조업 기반을 상실했고, 후발주자로 인구의 40%가 넘는 극빈층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뤄가기 위해서는 에너지자원 분야에 대한 과감한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을 취해야 했다. 다행히 2000년대 이후 대외 시장개방과 외국인 투자유치 정책 도입으로 페루 경제는 성장궤도에 진입했고 지난 10년간 역내 최대인 연 7%대 고도성장을 하면서 중남미 신흥시장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한ㆍ페루 FTA는 자동차, 전자기계, 석유화학 등 많은 분야에서의 경쟁력 열세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선진기술과 자본을 유입해 제조업 분야 펀더멘털을 확충하고 같은 태평양 연안국가로서 경제협력을 강화해 나가려는 페루 정부의 단호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다음주 호놀룰루에서 개최될 APEC 정상회의에 앞서 페루 정부가 수도 리마에서 지난달 말 제9차 TPP협상(미국 주도로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페루 등 9개국이 참가 중)을 주최한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대외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것만이 국내 고용을 창출하고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는 지름길이라는 우말라 대통령의 정책의지의 표현이었다.
지난 8월 1일 한ㆍ페루 FTA 발효 이후 양국 간 교역 현황을 보면 페루 정부의 이런 대외 개방정책이 올바른 선택이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1~9월 중 양국 간 교역은 우리의 페루 수출(10억달러)이 자동차, 합성수지, 컬러TV 등 수요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49.6%나 증가해 9월 말 현재 이미 지난해 전체 수출액을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라면 우리의 페루 수출이 3년 안에 두 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페루에서의 수입 측면에서도 SK이노베이션이 지분 투자한 88광구에서 생산된 천연가스가 대부분 한국으로 수출(올해 1~9월 중 4억달러 순증)돼 상호보완적 협력관계가 돈독해지고 있다. 또한 같은 기간 페루는 11억달러 상당의 동광, 아연광, 기타 금속광을 한국에 수출했다. 앞서 말한 천연가스 수입까지 포함하면 우리 수입 중 90% 이상이 에너지광물 분야로서 국내 산업발전에 기여하고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수출 증가에 힙입어 SK이노베이션, 고려아연, LS 등 우리 기업의 석유가스 및 광물 분야 투자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국석유공사는 2009년 2월 페루 제3의 석유기업인 페트로테크사를 성공리에 인수해 운영 중이며, 현재 보유 중인 생산광구 2개 및 탐사광구 10개의 면적은 남한 면적의 80%에 육박한다. 석유 한 방울 안 나는 우리로서는 벅찬 기대와 감흥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페루는 자국의 경제발전 모델로서 한국과의 협력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8월 한ㆍ페루 FTA 발효는 양국 관계 발전의 중요한 촉매제가 되고 있다. 필자는 주페루 한국대사로서 이런 양국 관계 발전의 모멘텀이 정치, 경제뿐만 아니라 문화, 학술, 인적 교류 등 한 차원 높은 포괄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심화, 발전되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